"실례합니다."
어린 바다물고기가 다른 물고기에게 말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고 경험이 많으시니, 도와 주실 수 있으시겠네요. 말씀해 주세요. <바다>라고들 부르는 그걸 어디 가면 찾아 볼 수 있나요? 곳곳마다 그걸 찾아다녔지만 헛일이었어요."
"지금 네가 헤엄치고 다니는 바로 거기가 바다란다."
"여기 이게 바다라고요? 이건 그저 물이잖아요. 제가 찾고 있는 건 바다란 말예요."
어린 물고기는 사뭇 실망해서 또 다른 데로 바다를 찾아 헤엄쳐 갔다.
산냐시의 도복을 입은 도사를 찾아와 그는 산냐시의 언어로 말했다 :
"저는 여러 해 하느님을 찾아 다녔읍니다. 고향을 버리고 하느님이 계시다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보았지요 :
산꼭대기에도, 사막 한복판에도, 고요한 수도원에도, 처참한 빈민굴에도…"
"그래서 하느님을 찾았나?"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전 뻔뻔스런 거짓말장이가 되겠지요. 아닙니다. 전 하느님을 찾지 못했읍니다.
도사께서는 찾으셨읍니까?"
도사인들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저녁 해가 황금 빛살을 방 안에까지 쏘아 보내고 있었다.
가까운 보리수 속에서 수백 마리 참새들이 즐겁게 조잘거리고 있었다.
멀리서 고속도로의 차 달리는 소리가 아슴푸레 들려 오고 있었다.
모기가 한 마리 귓바퀴에 바싹 다가와 곧 한대 놓겠다고 경고신호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선량한 인간은 앉아서 한다는 소리가 하느님을 발견하지 못 했다느니,
그래도 여전히 추구하고 있노라느니 하지 않는가.
얼마 후 그는 실망한 채로 도사의 방을 나와,
또 다른 데로 구도의 길을 떠났다.
꼬마 물고기야, 그만 찾아다니거라. 찾으러 <가야> 할 곳이란 아무데도 없다.
그저 가만히 머물러 눈을 뜨고 바라보아라. 그러면 놓칠 리가 없다.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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