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4. 5. 27. 12:16


옛 사람은 겨울을 세 가지 남는 여가라고 했지만, 나는 마땅히 여름으로 세 가지 나머지로 삼는
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밤의 나머지이고, 밤에 앉아 있는 것은 낮의 나머지이며, 낮에 잠자는
것은 인사人事에 응수하는 나머지이다. 옛 사람의 시에, “나는 여름 해가 긴 것을 사랑한다. 我
愛夏日長”이라 한 것은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古人以冬爲三餘. 予謂, 當以夏爲三餘: 晨起者, 夜之餘; 夜坐者, 晝之餘; 午睡者, 應酬人事之餘. 故
人詩云 “我愛夏日長”, 洵不誣也. 《幽夢影》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 동우董遇는 좇아 배우던 자가 시간이 부족함을 괴로워 하자 이렇게 말했다.
‘마땅히 세 가지 나머지에 해야 할 것이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이고, 비오는 날은 개인 날의
나머지이며, 밤은 한낮의 나머지이다.’ 글을 읽는 자는 마땅히 이를 새겨 둘 일이다. 

董遇見從學者苦渴無日, 遇曰: ‘當以三餘: 冬者歲之餘, 雨者晴之餘, 夜者日之餘.’ 讀書者當作此
觀. 《讀書十六觀補》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 말라. 책 읽을 여가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농사일에 힘 쏟아 바쁜 중
에도 책 읽을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겨울에 농사 일이 한가로워 지면 그때에 읽고, 날이 흐려 들
일을 나갈 수 없게 되면 그때 읽으며, 낮에는 나가 일하고 밤에는 등불을 밝혀 놓고 읽을 수가 있
다. 흐린 날과 겨울철에는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도 있으니, 책 읽을 시간이 없지 않고, 책 읽을
마음이 없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책을 읽는 데는 때를 가리고 장소를 가릴 것이 없다.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
로 책 읽는 기쁨은 언제나 새롭다. 더운 해가 떠오르지 않은 여름 새벽, 한낮의 열기가 식은 여름
밤은 독서의 기쁨을 배로 늘여 준다. 여름 해는 길고, 겨울 해는 짧다. 여름 낮에 낮잠을 청하는
까닭은 새벽과 밤을 기다리는 까닭이다. 

마음이 길을 만들지요.
마음이 달아난 자리에 핑계가 들어섭니다.

Posted by 청공(靑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