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 12. 23. 02:10


1. 

겨자씨가 겨자나무처럼 되는 것처럼 모든 순간과 관계, 존재는 활짝 피게 마련이다.

사실 지금도 열려있으며, 활짝 피어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내가 있을 뿐..

손으로 꽉 움켜쥐지 않으면 씨는 땅에 떨어져 비를 맞고 태양을 받으며 나무가 될 것이다. 

온 줌과 편 손바닥의 차이만큼이나 부처와 중생의 차이도 다르지 않다고 하셨다.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라 종이 한 장 차이도 없지만 하늘과 땅만큼 차이나기도 한다. 

이 순간 얼마나 많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랑을 담아 하는 것이냐가 중요하다. 



2. 

동생과 영화를 보기 위해 사당에서 고속터미널까지 걸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얘기는 두 달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지, 

어떤 운동을 하고, 음악을 배우고, 무슨 고민을 하며 살 것인지로 흘러갔다. 

그러다 진실된 것과 진실되어 보이지만 허황된 것에 대해 말을 나누게 되었다. 

땅문서, 법,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과 체계는 말과 글에서만 있을 뿐.. 존재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무엇이 진짜고 가짠지 모르는 사람에게 힘이 있을 수 없다하였다.

예수님이 권위를 갖고 말씀하셨다는 뜻이 여기에 있음을 안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곳에 도착할 수 없을을 이야기했다. 

가정은 보이지 않은 곳까지 우리를 보게 하고 우리 의식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 앞에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활짝 핀 꽃, 나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정이 옳아매면 존재가 들어올 틈이 없다. 

잘못된 길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서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제대로 듣고 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 사람에 대해서 가정한 것이 진실과 맞닿아 있기란 어렵다. 완전히 의식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두 눈을 감은 사람이 백 개의 문 중에 맞는 문을 요행으로 찾아 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말보다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에서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이라고 하였다. 

깊이 듣기 위해서는 내가 맑아야 한다.

가정이 없어야 한다.

관념이 없어야 한다. 

오롯이 그대 앞에 서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 

때가 정말 중요하지만 사람은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직 내게 주어진 것을 바르게 듣는 일,

그리고 바르게 반응하는 일만이 있다. 

그 사람이 느끼고 바라보는 진실에 닿기 위해서는 깊고 맑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유와 관념의 틀에 짜맞춰 살아있는 것을 박제로 만들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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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