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어의 ‘사랑’은 15세기에 ‘랑’이었다. 그런데 15세기의 ‘랑’은 현대국어의 ‘애(愛)’의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思), 모(慕)’의 의미도 가지는 다의어였다. 그런데 오히려 현대국어의 ‘사랑’의 의미보다는 ‘생각’의 의미를 가진 경우가 더 많은 예를 보이고 있다. “손 머리 갓고 묏고래 이셔 道理 랑더니<1447석보상,6:12b>, 블 救 道 기피 랑니<1459월인석,12,24a>”. ‘사랑’이 ‘사(思)’의 의미를 유지하는 것은 17세기까지도 이어진다. “아 狼狽던 처어믈 ‘랑호니 그젯 이리 녯 님그믜 敗亂과 다니라<1613두시중1,9a>”. ‘랑’은 어디에서 왔을까? 몇몇 사람들은 ‘랑’을 중국의 백화문 ‘량(思量)’과 관련을 지어서 설명한다. ‘량’은 ‘깊이 생각하며 헤아린다’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랑’과 의미와 소리가 유사하여 연관성을 추측해 볼 수도 있으나, ‘량>랑’의 변화를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랑’의 의미는 ‘사(思)>모(慕)>애(愛)’의 변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랑’의 의미가 왜 이런 변화를 보였을까? 15세기에 ‘사(思)’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는 ‘랑’ 외에 ‘각’도 있었다. “如來ㅅ 일후믈 잠 각면<1447석보상,9:12b>, 녜 스승의 쵸 각야<1459월인석,7,45a>, 어딘 사믄 조각을 아라 일 각호매 셩실케 고<1517번소학,8,11b>”. 그리고 ‘애(愛)’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는 ‘랑’ 외에 ‘다, 괴다’가 있었다. “도 혜·요매 俊邁·호:고 總角 저·긔 聰明·호 ·다·라<1481두시초24,62a>, 아바 재宮을 샤 高平에 아니 가시면 配天之業이 구드시리가<1447용비가,93>, 괴·여 爲我愛人而 괴· 爲人愛我<1446훈민해,48>, 효 臣下ㅣ 님금 괴이와 政化ㅣ 어그르처<1481두시초03,70b>”. 그런데 ‘사랑하다’의 의미를 가진 ‘괴다’와 ‘다’는 16세기 이후 소멸한다. ‘괴다’는 웃사람이 아랫 사람을 사랑하는 것, 즉 총애하는 것이고, ‘다’는 남녀간에 사랑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자리를 ‘랑’이 담당하면서 ‘랑’은 ‘애(愛)’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랑’이 가지고 있던 ‘사(思)’의 의미는 ‘각’이 담당하게 된다. 17세기 이후 ‘랑’이 ‘애(愛)’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이후 ‘랑’은 의미변화 없이 현대국어에 이른다.
※ 본 내용은 국립국어원 온라인 국어생활종합상담(링크 클릭)에 답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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