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4. 4. 12. 19:28


'사랑'

현대어의 ‘사랑’은 15세기에 ‘랑’이었다. 그런데 15세기의 ‘랑’은 현대국어의 ‘애(愛)’의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思), 모(慕)’의 의미도 가지는 다의어였다. 그런데 오히려 현대국어의 ‘사랑’의 의미보다는 ‘생각’의 의미를 가진 경우가 더 많은 예를 보이고 있다. “손 머리 갓고 묏고래 이셔 道理 랑더니<1447석보상,6:12b>, 블 救 道 기피 랑니<1459월인석,12,24a>”. ‘사랑’이 ‘사(思)’의 의미를 유지하는 것은 17세기까지도 이어진다. “아 狼狽던 처어믈 ‘랑호니 그젯 이리 녯 님그믜 敗亂과 다니라<1613두시중1,9a>”. ‘랑’은 어디에서 왔을까? 몇몇 사람들은 ‘랑’을 중국의 백화문 ‘량(思量)’과 관련을 지어서 설명한다. ‘량’은 ‘깊이 생각하며 헤아린다’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랑’과 의미와 소리가 유사하여 연관성을 추측해 볼 수도 있으나, ‘량>랑’의 변화를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랑’의 의미는 ‘사(思)>모(慕)>애(愛)’의 변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랑’의 의미가 왜 이런 변화를 보였을까? 15세기에 ‘사(思)’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는 ‘랑’ 외에 ‘각’도 있었다. “如來ㅅ 일후믈 잠 각면<1447석보상,9:12b>, 녜 스승의 쵸 각야<1459월인석,7,45a>, 어딘 사믄 조각을 아라 일 각호매 셩실케 고<1517번소학,8,11b>”. 그리고 ‘애(愛)’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는 ‘랑’ 외에 ‘다, 괴다’가 있었다. “도 혜·요매 俊邁·호:고 總角 저·긔 聰明·호 ·다·라<1481두시초24,62a>, 아바 재宮을 샤 高平에 아니 가시면 配天之業이 구드시리가<1447용비가,93>, 괴·여 爲我愛人而 괴· 爲人愛我<1446훈민해,48>, 효 臣下ㅣ 님금 괴이와 政化ㅣ 어그르처<1481두시초03,70b>”. 그런데 ‘사랑하다’의 의미를 가진 ‘괴다’와 ‘다’는 16세기 이후 소멸한다. ‘괴다’는 웃사람이 아랫 사람을 사랑하는 것, 즉 총애하는 것이고, ‘다’는 남녀간에 사랑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자리를 ‘랑’이 담당하면서 ‘랑’은 ‘애(愛)’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랑’이 가지고 있던 ‘사(思)’의 의미는 ‘각’이 담당하게 된다. 17세기 이후 ‘랑’이 ‘애(愛)’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이후 ‘랑’은 의미변화 없이 현대국어에 이른다.  


※ 본 내용은 국립국어원 온라인 국어생활종합상담(링크 클릭)에 답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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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