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3.10.31 내가 장작을 패네!
  2. 2013.10.22 새 소리를 들었느냐?
  3. 2013.10.22 꼬마 물고기
  4. 2013.10.19 참 <영성>
  5. 2013.10.19 나귀 타고 나귀 찾기
  6. 2013.10.16 왕궁의 비둘기
  7. 2013.10.14 중대한 차이
  8. 2013.10.14 내 맛 남이 봐 주랴
이야기2013. 10. 31. 00:23


선사가 깨침을 얻자 읊은 싯귀 : 


오, 놀라운지고 ―

내가 장작을 패네 ! 

내가 샘물을 긷네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샘에서 물을 긷는다든지 장작을 팬다든지 하는 그런 범상한 활동을 보고 <놀라와할> 까닭이 있을 리 없다. 깨달음 뒤에도 막상 달라진 것은 없다. 매사가 매양 한가지다. 다만, 인제는 너의 마음이 경이로 가들 찰 따름이다. 나무는 역시 나무다. 사람들은 그저 여전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너도 마찬가지다. 너라는 사람도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이 이어지고 있다. 혹은 괄괄하거나 혹은 느긋하거나 성결도 여전할 것이다. 혹은 영리하거나 혹은 우둔하거나 재주도 그대로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 : 이제 너는 이 모든 것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모든 것에서 한결 초연해졌다. 그리고 너의 마음이 경이에 찼다. 


경이감 ― 그것이 관조(관상)의 요체다. 


관조는 황홀경(탈혼)과 다르다. 황홀경은 물러남(이탈)을 낳는 데 비하여, 깨달은 관조자는 여전히 장작을 패고 샘물을 긷는다. 


관조는 심미, 곧 아름다움을 알아봄과도 다르다. 무슨 그림이나 저녁놀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기쁨(심미적 희열)이 솟는 반면에, 관조는 경탄을 낳는다 ― 혹은 저녁놀이거나 혹은 돌멩이 하나거나 혹은 무엇을 바라보든.


이것이 동심의 특권이다. 어린이야말로 자주 탄복해 마지않는 상태에 있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는 하늘 나라가 절로 제집인 것이다.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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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
이야기2013. 10. 22. 22:02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하느님과 그분이 창조하신 삼라만상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멋진 표상을 개발했다 : 

하느님을 삼라만상을 <춤추신다>고.


하느님은 춤추는 분, 피조물은 춤. 춤은 춤추는 분과 다르지만, 그러면서도 그분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춤이란 원한다면 보따리에 싸서 가져갈 수라도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춤추는 이가 춤을 멈추면, 그 순간 이미 춤은 없는 것이다. 


하느님을 추구한다면서 사람은 생각이 너무 많고 궁리가 너무 많으며 말이 너무 많다. 피조물이라고 불리는 이 춤을 바라볼 때마저 사람은 마냥 생각하고,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말하고, 궁리하고, 분석하고, 철학하고, 그런다. 

말 · 말 · 말, 소리 · 소리 · 소리.


말없이 춤을 바라보라, 그저 바라보기만 하라 : 별을, 꽃을, 낙엽을, 새를, 돌멩이를 … 

춤의 어느 한 조각이든 좋다. 보라. 들으라. 맡으라. 만지라. 맛보라. 그러면, 원컨대 그렇게 하면, 

머잖아 그분을 뵙게 되리라― 춤추는 이 그분을 !


제자가 선사에게 줄곧 불평을 했다 : 


"스승께선 제게 선도의 마지막 비밀을 감추고 계십니다."


스승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제자는 곧이듣지 않았다. 


하루는 스승이 제자를 데리고 언덕으로 산책을 나갔다. 거닐고 있는데, 새가 한 마리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 소리를 들었느냐?"

"예."


"그래, 그럼 인전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숨긴 게 없다는 걸 알겠구나."

"예."


새 한 마리의 노래 소리를 진정 들었다면, 나무 한 그루를 과연 보았다면… 

그렇다면 너는 알겠구나― 말이나 개념 따위를 넘어서.


무엇이라고? 새 소리는 수십 번 들었고 나무는 수백 그루 보았다고? 그래, 네가 본 나무라는 게 나무 그것이더냐, 

아니면 나무라는 명목이더냐? 네가 나무를 보고 그래서 나무가 네게 보일 때, 너는 그 나무를 본 게 아니다. 

네가 나무를 보고 그래서 하나의 기적이 네게 보일 때― 적어도 그 때라야 너는 나무를 본 것이다! 

새 소리를 듣다가 말없는 놀라움이 가슴 뿌듯이 차오름을 너는 겪어 보았느냐?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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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
이야기2013. 10. 22. 20:45


"실례합니다."


어린 바다물고기가 다른 물고기에게 말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고 경험이 많으시니, 도와 주실 수 있으시겠네요. 말씀해 주세요. <바다>라고들 부르는 그걸 어디 가면 찾아 볼 수 있나요? 곳곳마다 그걸 찾아다녔지만 헛일이었어요."


"지금 네가 헤엄치고 다니는 바로 거기가 바다란다."


"여기 이게 바다라고요? 이건 그저 물이잖아요. 제가 찾고 있는 건 바다란 말예요."


어린 물고기는 사뭇 실망해서 또 다른 데로 바다를 찾아 헤엄쳐 갔다. 


산냐시의 도복을 입은 도사를 찾아와 그는 산냐시의 언어로 말했다 :


"저는 여러 해 하느님을 찾아 다녔읍니다. 고향을 버리고 하느님이 계시다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보았지요 : 

산꼭대기에도, 사막 한복판에도, 고요한 수도원에도, 처참한 빈민굴에도…"


"그래서 하느님을 찾았나?"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전 뻔뻔스런 거짓말장이가 되겠지요. 아닙니다. 전 하느님을 찾지 못했읍니다. 

도사께서는 찾으셨읍니까?"


도사인들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저녁 해가 황금 빛살을 방 안에까지 쏘아 보내고 있었다. 

가까운 보리수 속에서 수백 마리 참새들이 즐겁게 조잘거리고 있었다. 

멀리서 고속도로의 차 달리는 소리가 아슴푸레 들려 오고 있었다. 

모기가 한 마리 귓바퀴에 바싹 다가와 곧 한대 놓겠다고 경고신호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선량한 인간은 앉아서 한다는 소리가 하느님을 발견하지 못 했다느니, 

그래도 여전히 추구하고 있노라느니 하지 않는가.


얼마 후 그는 실망한 채로 도사의 방을 나와,

또 다른 데로 구도의 길을 떠났다. 



꼬마 물고기야, 그만 찾아다니거라. 찾으러 <가야> 할 곳이란 아무데도 없다. 

그저 가만히 머물러 눈을 뜨고 바라보아라. 그러면 놓칠 리가 없다.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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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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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의 문답 : 


"<영성>이란 무엇입니까?"


"사람을 능히 안으로 바꾸어 놓을 만한 것 그것이 영성이다."


"하지만 스승들에 의하여 이어내려 온 전통적 방법을 제가 적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영성이 아닙니까?"


"그게 너에게 제 구실을 해 내지 못한다면, 그건 영성이 아니다. 가령 담요가 덮어 봐야 몸을 따듯이 덮어 주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이미 담요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영성도 변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사람들도 변하고 요긴한 것들도 변하는 법이다. 그래서 한때는 영성이었던 것이 이제는 이미 영성이 아니게 된다. 영성이라는 이름에 속한 것들이 거개는 그저 지나간 양식들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옷을 사람에게 맞출 것이지,

사람을 옷에다 맞추지 말라.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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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2013. 10. 19. 00:14


나스룻딘이 나귀를 타고 마을 거리를 휘몰아 달리니,


"어딜 가시는 길입니까, 물라님?"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져 물을라치면―


"내 나귀를 찾고 있소."

휙 지나가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일찌기 임제 선사가 자기 몸을 찾고 있음을 제자들이 보았는데,

미처 못 깨친 제자들에게는 이 일이 마냥 우스개 거리가 되었다. 


더러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도 보인다!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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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룻딘이 총리대신이 되었는데, 하루는 궁정을 거닐다가 난생 처음으로 왕궁의 애완용 매를 보았다.


살다 보니 별 희한한 <비둘기>도 다 보겠다며 

나스룻딘은 가위를 가져다가 매의 발톱과 날개와 부리를 싹독싹독 잘라 주었다. 


"이제야 제법 점잖은 새답게 보이는군. 사육사 녀석이 널 소홀히했던 게야."


불행하도다―

자기네가 사는 세상밖에 모르고

남에게 말을 하되 남에게서 배울 줄은 모르는 

그런 종교인들 !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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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교인 우와이스가 받은 질문과 그의 대답 : 


"당신은 특별한 은혜를 입으셨읍니까?"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오늘 저녁에도 내가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걸 느낀답니다."

"그야 누구나 다 아는 얘기가 아닙니까?"

"아닌게아니라 누구나 다 알고말고요. 하지만 누구나 다 <느끼고> 있는 건 아니지요."


<술>이라는 낱말을 머리로 알아들었다 해서 취하는 사람은 없다.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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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
이야기2013. 10. 14. 22:03


제자의 불평:

"이야기는 곧잘 해 주시면서 그 뜻을 밝혀 주시는 일은 통 없으시네요."


스승의 대답:

"누가 너에게 과일을 권하면서, 제가 먼저 씹어 맛을 보고서 준다면, 너는 좋겠느냐?"


너 대신 

<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스승이라도.



출처: Anthony de Mello S.J. (1983) 정한교 역. THE SONG OF THE BIRD(종교박람회).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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