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앞으로 내가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든, 그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거기에는 늘 방랑과 산을 오르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하는 존재가 아닌가.
내게 우연한 일들이 닥칠 수 있는 그런 때는 지나갔다. 이미 나 자신의 것이 아닌 그 어떤 일이 새삼 내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오직 되돌아옴이 있을 뿐. 나의 고유한 자기, 그리고 이 자기를 떠나 오랫동안 낯선 곳을 떠돌며 온갖 사물과 우연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던 것, 그것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또 한 가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마지막 정상, 내게 그토록 오랫동안 유보되어온 것 앞에 서 있다. 아, 나의 더없이 험난한 길을 이제 올라야 한다! 아, 나의 더없이 고독한 방랑이 시작된 것이다.
나와 같은 인간은 이러한 시간을 피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시간을, "이제 비로소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정상과 심연, 그것은 이제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지금까지 그대의 최후의 위험이라고 불리었던 것이 이제 그대의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은 간다. 몰래 그대의 뒤를 따라는 자는 그 누구도 없어야 한다! 그대의 발로써 그대가 걸어온 길을 지워버렸고, 그 길 위에는 '불가능'이라고 씌어 있다.
이제 그대는 타고 오를 사다리가 없으므로, 자신의 머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위로 올라갈 수 있겟는가?
그대 자신의 머리를 타고, 그대 자신의 심장을 넘어 가라! 그대의 가장 부드러운 것도 이제 가장 준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아끼기만 하는 자는 결국 그렇게 너무 아끼다 병들고 만다. 그러니 준엄하게 되는 것을 칭송하라! 버터와 꿀이 넘쳐흐르는 땅을 나는 칭송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려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 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혹독함이 필요하다. 인식하는 자로서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어떻게 만사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난 근거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을 터인가!
그러나, 아,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모든 사물의 바닥과 그 배경을 보려고 했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자신을 넘어서 올라가야 한다. 위로, 더 위로, 그대의 별들이 그대의 발 아래 놓일 때까지!
그렇다! 나 자신과 나의 별들마저도 저 아래 내려다보는 것, 나는 그것을 나의 정상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정상으로 내게 남겨진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산을 오르는 동안 자신에게 준엄한 잠언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것이다. 이윽고 산등성이의 꼭대기에 올랐을 때였다. 보라, 그의 눈앞으로 또다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 꼭대기에서의 밤은 차갑고 맑았으며 별빛으로 환했다.
내게 주어진 운명을 알고 있다, 라고 마침내 그가 비통하게 말했다. 좋다! 각오가 되었다. 이제 나의 마지막 고독이 시작되었다.
아, 내 발밑의 이 검고 슬픈 바다여! 아, 이 둔중하고 음울한 불쾌감이여! 아, 운명과 바다여! 그대들에게로 이제 내려가야만 한다.
나는 지금 나의 가장 높은 산 앞에서, 나의 멀고도 먼 방랑 앞에 서 있다. 그러므로 나는 우선 일찍이 내가 내려갔던 것보다 더 깊이 내려가야만 했다.
내가 일찍이 내려갔던 것보다 더 깊이 고통 속으로, 고통의 검디검은 만조에 다다를 때까지! 나의 운명이 그렇게 원한다. 좋다! 각오가 되었다.
가장 높은 산들은 어디서 오는가?, 라고 일찍이 나는 물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바다로부터 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 증거는 산의 바위와 산 정상의 암벽에 씌어 있다. 가장 높은 것은 가장 깊은 것으로부터 나와서 그 높이에 도달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