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5. 2. 8. 07:22

오늘은 독일에 오고 나서 가장 날씨가 좋았던 날이다. 

그리고 도착한 지 딱 일주일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아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을 새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재구축하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굳어져있는게 없는 것만큼 깨어있고 변화의 여지가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또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신중함과 길을 알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오늘부터 일기를 다시 쓰고자 한다. 

모래를 움켜쥐어도 손 사이로 새어나가게 마련이고, 

또 다른 일상을 움켜쥐면 예전의 기억을 온데간데 없기 십상이다. 


손으로 쓰는 일기도 좋지만 사진과 함께 남기기엔 블로그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일주일동안의 내가 준비하고 노력했던 내용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다. 


일주일동안의 내 우선 과제는 시간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저녁 10시에 자는 패턴을 만드는 것..

하루를 가장 길게 쓰는 방법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고, 먼저 내가 도착하고 깨어있어야 

그 시간과 공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중간평가를 하자면 반쯤 이룬 것 같다. 자는 시각은 얼추 맞지만..

아침에 피곤함에 30분쯤 늦게 일어나게 되어.. 오늘은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 4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직 시간이 있기에 다음주는 엄격하게 4시 기상, 10시 취침이라는 원칙을 지켜갈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과제는 수행이었다.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 유학생활에 있어 어쩌면 시간보다 중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양치를 하고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법문을 틀고 백팔배를 한다.

그리곤 한약을 반쯤 배어물고 오물오물 씹어 삼킨 후, 참선에 들어간다. 

20분에서 30분, 시간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이러한 수행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해나가고 있다. 성공적이다.

보완해나가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속에서 화두를 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곳 모든 시간 속에서 정진해나가려면 중간중간 이뮛고 화두를 들어야 한다.

내 마음이 경계에 따라 끄달리기만 하는데 하루 30분 참선을 한다고 해서 진정 수행하는 이로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둘째, 하루를 마치면서 좌선을 하고 가능하면 중간에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직 내 정신은 충분한 주의력과 의지력을 갖고 있지 아니하다. 항상 화두를 들고 있기 위해서도 좌선을 하여,

근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두번째 주 동안 이 두 가지를 보완할 것이다. 


그리고 큰 꼭지로서 시간과 수행을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독일어와 공부를 성취해나가고자 한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은 스스로 약속을 지키는데서 생기고, 이는 마음의 힘이 된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며..

내 스스로 당당히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 연후에야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히 약속하고 그것을 지켜가고,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지 않겠나...


더욱 맑아지고 따뜻해지고자 한다.

인연에 따라서 형태가 생겨나는 것은 황금이 소 모양이 되는 것과 같고,

사라지는 것은 소 모양의 황금이 형태를 잃음과 다름이 없다고 송담스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순수한 금과 같은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고, 

수행을 통해 은은한 방향까지 갖춘 향내나는 황금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나는 그러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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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
생각2015. 2. 7. 17:51

 

 

"Das Böse kann nicht banal und radikal zugleich sein. 

Das Böse ist immer nur extrem, niemals radikal. 

Tief und radikal ist immer nur das Gute."

 

악함은 평범하며 동시에 근본적일 수 없다. 악함은 항상 극단적일 뿐이며, 근본적이지 않다. 오직 선함만이 깊고 근본적일 수 있다. 
- Hannah Arendt (2012) 중에서


https://de.wikipedia.org/wiki/Radikalismus

Posted by 청공(靑空)
생각2015. 1. 21. 01:24

어느 수업에서 한 남자대학생이 말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저는 페이스북 같은데서 올라오는 정치적인 내용들이 싫어요."


나는 이러한 생각이 우리 사회에서 주어지는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어느샌가 사석에서도, 지인들 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적인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사회가 주는 문제의 짐이 무겁고, 내 앞가림하기 벅찰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개인적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공공의 문제를 생각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을수록.. 공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줄어든다.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가 낳은 결과가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법과 제도에 대한 믿음조차 옅어져가는 듯 하다. 이럴수록 시민 개개인의 공적 참여가 늘어나야 하고, 올바른 가치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언제 어느 곳에서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가를...

Posted by 청공(靑空)
일상2014. 12. 11. 00:31

오늘부터 더이상의 혼침과 나태는 내 인생에 없다.   

스무살부터 서른 문턱인 지금까지..  

보이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되는대로 살았다.     


십년동안 내게로 온 모든 것들을 돌이켜보면..  

과분하게 좋은 것들과 감사한 일이 참 많았다.     

그러나 깊은 생각과 꾸준한 실천이 없었기에..  

인간관계도.. 일도... 공부도 시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는 늦은 것이 아닌가 싶은 후회가 마음 한 켠에 늘 있었다.     

진정 소중함을 모르니 감사함이 부족하고..   

그래서 매 순간 정성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으른 몸과 고인 생각으로 살아온 이십대다.   

멋모르는 치기로 살아온 이십대다.     


이십대의 마지막 십이월을 보내며..   

시들어버린 내 청춘을 부활시키고자 한다.   


이제부터 내 삶은 언 땅을 뚫고 솟아나는 봄날의 새싹같아야 한다.      

앞으로는 내 삶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흘러내려가는 것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되는대로가 아닌 하는대로 사는 삶이길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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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공(靑空)
생각2014. 11. 10. 16:27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그대, 편안히 깊은 잠에 들지 마오.
나이 든 이는 하루가 끝나감에 분노하고 소리쳐야 함이 마땅하오.
저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지혜로운 이들은 마지막 날에 결국 이 어둠이 당연함을
그들의 말이 번개처럼 번쩍이지 못하였음을 알기에,
편안히 깊은 잠에 들 수 없다오.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착한 이들은 인생의 끝물에 자신의 유약한 지난 날에
푸른 바다의 끝에서 춤을 췄다면 얼마나 빛났을까 생각하며 울 뿐이오.
그러니, 편안히 깊은 잠에 들지 마오.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거칠은 이는 날아가는 태양을 보며 찬양하나
결국 태양을 저무는 것임을 슬퍼하며 배우고는,
편안히 깊은 잠에 들 수 없다오.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그러나 임종을 앞둬 두 눈이 먼 이의 
캄캄한 눈동자는 유성처럼 찬연히 불타오르니
그대여, 저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그리고 나의 하느님. 너무나도 슬프신 우리 아버지시여. 
기도드리오니 당신의 넘치는 눈물로 저를 축복해주소서. 
그리하여 편안한 깊은 잠에 들지 않게 하시고,
꺼져가는 빛을 위하여 분노하고 또 분노하게 하소서. 
 

Dylan Thomas1914 - 1953


Posted by 청공(靑空)